부산


산(釜山)이란 글씨가 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두번째 도시
그래서인가 나는 두번째라는 말이 더 좋게 느껴진다
도시도 보면 느낌이 있는데 서울은 어딜가도 여유가 있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강남의 한가로운 카페에 앉아서 바깥을 봐도
사람들의 걸음걸이엔 텐션이 느껴진다.
지하철은 너무 삭막하다.
웃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기엔 그렇게 느껴진다.

부산도 바쁘다 하지만 부산엔 뭔가가 있다.
釜山
그 이름처럼 속에 뜨거운 뭔가가 있는 압력솥에 가득한 공기의
질량만큼이나 압축된 저 이름을 좋아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모여 힘을 발휘하는 곳!

서울도 물론 그렇고 대전 대구 광주 전주도 다 그럴 것이고
어딜가나 다 고향이라면 뭔가가 있을 것이다.

나만 우리고장이 특별하다고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도시에서 고향을 떠올리는 것은 참 어렵다.
수시로 길이 바뀌고 건물이 바뀌어 모습들이 변하는 곳에서는 특히...

부산은 항구다!

항구라는 곳은 뭔가를 두고 가는 곳이다.
떠나기 위해서는 정리가 필요한 것이고 어느것은 가져가고 어느 것은 남는다.
남아 있다는 것이 더 슬픈것인지 떠나는 것이
더 슬픈것인지 감정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심수봉의 무심한듯한 목소리가 도움이 될까?

한번 두번 열번 백번 왔다 갔다 하다보면 질이 난다고 했다.
질이라는 것은 길이다.
길이 난다는 것은 걸어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길들여진다는 말이기도 하고
익숙하다는 말이기도 하고 이골이 났다고도 한다.

무엇이든 오래되면 닳는다.
마음도 닳는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위해 나는 사진을 찍는데
무뎌지는 내 마음을 조금은 다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숫돌같은 카메라로 날을 세워본다.
날카로운 금속의 마찰음으로 기억이 또 한장 담겨지는 과정에서
겨우 붙잡은 찰나의 마음 하나를 감사한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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